Sunny Day


아직도 나무들에 새 이파리 나지 않았으나 햇볕은 따사로운 며칠간. 이제는 겨울까지 눈이 오지 않을지도 몰라, 생각하며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건너편 빌딩 콘크리트 지붕이 눈부시게 빛나는데 공교롭게도 내가 듣고 있는 음악은 김광민의 'Rainy Day'.

노래는 우울하게 시작하지만 자조 가운데 따스한 미소 섞이고, 마치 '모두가 괜찮아-' 말하는 것처럼 긍정적으로 끝나서, 나 자신은 꽤 즐겨 듣는 편이다.

어제 오후에는 회사에서 내 지난 일년간의 실적을 종합하는 개별리뷰가 있었는데,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였으나 최종적으로는 '좀 더 발전이 필요하다' 라고 채점되어서 조금 낙담하긴 했다.

리뷰는 7가지 카테고리와 총평, 향후 개선할 점으로 나뉘어 있었고 그 일곱가지 카테고리는 다음과 같다.

Job Knowledge - 기술에 대한 지식과 계획을 실제로 실현시킬 수 있는 능력
Quality of Work - 수행한 업무의 질
Adaptibility/Dependability - 업무에 대한 유연성과 나에 대한 신뢰도
Initiative/Problem Solving ability - 문제해결 능력과 솔선성
Time Management - 시간관리 능력
Leadership/Interpersonal Skills - 리더쉽과 인간관계
Professialism - 프로페셔날리즘

각 카테고리는 매니져(내 경우는 리드 프로그래머인 JP)의 코멘트와 채점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점수는 ABC가 아니라

Below Expectations - 기대이하
Improvement Required - 향상요
Solid Performance - 쓸만함
Above Expectation - 기대이상
Exceptional - 굉장함

가운데 하나를 체크하는 방식이었다.

내가 받은 리뷰를 종합해보자면:

Job Knowledge - Solid Performance: 프로그래밍 능력도 좋고 엔진에 대한 이해도도 높은데 더 효과적인 팀원이 되기 위해서는 계획성, 특히 계획을 문서화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
Quality of Work - Improvement Required: 앞서 말한대로 미리 계획을 세워 일을 진행시키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데 급급한 것 때문에 업무를 연계하는 경우 (내가 하던 일을 다른 사람이 맡게 될 경우) 힘들어진다는 점을 지적받았다.
Adaptibility/Dependability - Solid Performance: 여러가지 프로젝트에서 여러가지 일을 한 '적응성'이나, 일이 있으면 늦게 퇴근하게 되더라도 시간을 투입하는 내 태도가 좋다고 했다.
Initiative/Problem Solving - Solid Performance: 어려운 문제들을 잘 해결했고 문제 파악도 빠르다고 했다.
Time Management - Improvement Required: 내가 하는 업무들을 1, 2주일 먼저 스케쥴해서 그에 걸리는 시간까지 한시간 단위로 계획하는 능력을 배양하라고 했다(이건 내가 못했다는 얘기가 아니라 자기를 포함해 팀 전체가 앞으로 그렇게 하자는 얘기).
Leadership/Interpersonal Skills - Improvement Required: 좀 웃기기는 한데, 질문이 있으면 그 사람에게 직접 가서 물어보는게 아니라 이메일을 이용하라는 얘기였다. 직접가서 물으면 나한테는 좋지만 다른 사람은 업무의 리듬이 끊긴다나.
Professionalism - Solid Performance: 사무적인 효율이 있었고 열심히 일했다는 말.

그래서

Overall Performance - Improvement Required: 이것저것 내 칭찬을 한 다음에(아픈 얘기를 하기 전엔 항상 칭찬이다) 내가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을 성토당했다. 코드부터 바꾸는게 아니라 우선 이해하고, 계획하고, 내가 한 일이 다른 부문까지 끼치는 영향을 고려한 후에야 코드를 쓰기 시작하라는 얘기. 그 외에 중요한 업무나 질문은 문서화하는 습관을 기르고, 자기 관점만 밀어붙일게 아니라 한번쯤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묻고 들어두는 것이 좀 더 타당한 문제해결 방식이 될거라고 했다.

최종적으로는 Solid Performance와 Improvement Required의 사이였다면서, 그래도 분발하라는 뜻에서 낮게 했다나.

아무튼 다음 1년간 회사에서 짤리지는 않을 모양이다.

by 준치군 | 2007/04/21 00:55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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