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4월 24일
담배는 하루 아침에 끊어지지 않았다
더러는 단번에 끊고 뒤도 돌아보지 않는 독한 놈들도 있기는 있겠지만 내 경우, 담배를 끊게 되기까지는 대여섯번, 끊었다 피웠다 끊었다 다시 피웠다 하는 시기가 있었다. 그러다가 안 피우는 주기가 점점 길어지더니 결국 아예 안피게 되는 것이다. 아마 멀거나 가까운 미래에 또 담배에 손대게 될 날이 오리라 짐작은 하고 있지만 아무튼 나의 마지막 담배는 작년 5월. 그리고 그 전에는 또 약 삼개월간의 금연기간이 있었다.
남녀간에 이별하는 것도 그와 대동소이할거라고 언제나 생각해왔다. 단번에 되기보다는 결심의 실천과 유예가 번갈아 이루어지다가, 어느날, 살다보니 그렇게 되어 있는 것. 그만 두기 위해 가장 쉬운 방법은 한 버릇을 다른 버릇으로 바꾸는 것이라는 점에서도 그 두가지는 비슷하다. 심지어는 연애란 것도 결국 하나의 습관이 아닌가 말해보기도 한다. 혹은 중독.
어제는 평상심에 대한 것을 생각하다가 추세번뇌와 칠정중 사(思)와 상사병 등을 거쳐, '그녀를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 내 삶이 얼마나 편할까' 하는 것에 도달했다.
그리고 불현듯 떠오른 것은 내가, 내가 바란 것을 얻었을 뿐이라는 것이었다. 불과 수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봐도 닭집에서 닭먹으며 친구에게 '아무나 좋으니 좋아할 사람이라도 생겼으면 좋겠다, 제길' 투덜거리고 있지 않았던가. 생기면 생긴대로 불평하고 없으면 없는대로 불평하고 있을 테니, '이래도 불만이고 저래도 불평이네-'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아아- 삿된 인간이여.
오늘도 (조금 멀리 돌아가긴 했지만) 좋아한다고 했더니 '무슨 말을 할지 모르겠다', '미안하다'는 식으로 퇴짜를 맞고, 지금까지 이렇게 거절당한 횟수를 세어보니 다섯번이나 여섯번쯤 되는 것 같다. 그보다 많을지도 모르지만 기억에 없다.
거절당하는 자체가 싫었던 적은 없고, 나는 단지 그녀가 시간을 때우는 상대라고 판단될때가 가장 괴로운 것 같다. 애인이 아니라도 나에게 매겨진 우선순위가 높다면 나는 만족하지 않았을까. 게다가 이런 불만과 분노가 역으로 그녀를 더 생각하게 되는 이유가 되다니 어처구니없다. 알면서 이런 악순환을 순순히 따라 줄 수는 없지 않은가.
별 수 없이 이성과 그녀가 시키는대로 하는 수 밖엔. 자꾸 끊다보면 영영 끊게 되는 날이 오겠지.
# by | 2007/04/24 07:01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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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란 말은 너답지 않게 들린다.
^^ 자네에 대한 예의를 지켜 아무나 만나지는 않도록 하겠네. 날씨는 더워지는가 하는데 늘 몸 따스하게 하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