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5월 08일
Secrets
어제는 알찬 일요일 저녁을 보냈고, 덕분에 오늘의 3마일 달리기는 22분 46초. 기존의 개인기록을 5초 정도 갱신했다. 슬슬 어느 정도 선에서 만족하고 기록 유지에 주력해야지, 계속 갱신을 노리다가는 어느날 길에서 심장마비에 걸려 쓰러질지도 모르겠다고, 죽어라고 달리며 생각했다.
어젯밤에 들은 이야기- 이야기 자체라기 보다는 내 가슴 속을 콜록거리며 지나갔던 이미지들만 늘어세워 본 거지만- 쓰고 나니 지나치게 프라이빗하다고 여겨져 결국은 '비공개' 글이 되었다. 요즘의 블로그는 장마철 노송 뒷편의 버섯들처럼 비공개 글들이 총총히 피어나 있다.
갸륵하고 슬픈 이야기. 어떤 계절을 배경으로 하든간에 사거리에는 몹시 찬 바람 불고 신열에 온통 어지럽고 불길한 느낌이었다. '집 문이 열려있고, 방 문도 또한 열려 있는' 그 어떤 순간.
내가 거푸 '미안하다' 말한 것은 그때, 그곳에서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뜻이었다. 상당히 말이 안돼서 구구히 설명하지 않았지만.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차라리 나에게 주어진 짐이었다면.
게다가 내 자신이 이 모든 과거, 그녀가 겪은 경험의 수혜자가 될지 피해자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뭐라고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뭐라고 하겠는가. 이제와서는 잘된 일이라고? 그건 순전히 내 입장에 불과하다.
결국 이 관계는 나 혼자 고민 많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몇번이나 본인에게 지적받은 것처럼) 지난 후에 끄집어내도 나 혼자 뒷북치는 셈이 되고, 그냥 그녀, 그때의 기분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온당하다. 나는 느린 편이지만 조금씩 조금씩 적응하고 있다.
한편 스스로 역정을 내면서도 나는 그녀에게 빠져들고 있는데 이거 정말로 이러다 큰일나지 싶다. 자기도 모르는 새에 자기최면을 걸고 있는거 아닌가도 의심해본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근거없는 호의는 어디서 생겨난단 말인가. 어제는 그녀에게 주차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는데 '핸들을 이빠이 돌리세요'란 말을 첫번째가 아니라 두번째 들었을때 마음 속 어딘가에 있는 커다란 벽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차 앞뒤의 거리를 알 수 없어 자꾸만 머뭇거리는 나에게 '괜찮으니까 앞으로 가라'는 말에는 엄청난 고마움도 느꼈다. 그녀는 그녀가 내게 만드는 파문의 크기를 짐작도 못하고 있다.
# by | 2007/05/08 07:13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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