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5월 16일
혼자 놀기
어제는 몇번이나 엄청난 소나기가 내린 하루였는데 이런 날씨가 목요일까지는 계속된다고 한다. 밤에는 우산을 들고 비 내리는 주택가를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늘 다니는 길에서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갔는데도 경이로운 장면들이 연거푸 나타났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새로지은 타운하우스들.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마주치는 예배당. 느닷없이 풍성해지고 경쟁하듯 꽃 피워낸 커다란 나무들.
비가 쏟아질때면 사위에 온통 물소리 뿐이고 지붕들과 나무들이 푸드덕거렸다. 비는 내리거나 그치거나 삽시간이었으나 피부에 느껴지지 않는데도 고여있는 물웅덩이에는 수많은 파문 일고 있기도 했다.
MP3 플레이어로 밥 시거의 'Greatest Hits'를 들으며 바람을 정면으로 맞거나 흘려보내거나 했다. 때때로 우산을 들고 춤도 추었고 비가 그쳤을 때는 음악에 맞춰 접은 우산으로 기타를 치고 빙글빙글 돌기도 했다. 누군가 행인이 있어 마주쳤다면 상당히 겸연쩍었을테지만 마치 내면의 고독이 밖으로 구현된 듯 비어있어 외롭지 않고 자유롭고 풍성한 거리였다.
나중에는 '비가 오는 주택가'라는 것을 문장으로 표현해보고자 밤을 걸으며 계속해서 언어를 더듬었다. 그대는 미는가 두드리는가, 구름끼어 밝은 도시의 밤하늘. 여러 세계의 틈새에 나를 기다리고 있는 하나의 진실되고 아름다운 표현이 있어 내가 그것을 불러낼 수 있다면 그는 나의 오래되고 다정한 친구처럼 손을 잡고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혹은 내가 죽은 후에 그들만이 남아 가끔씩 먼지 쌓인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러줄지도 모르지.
먼 빛마다 긴 꼬리를 끌고, 그림자마다 젖은 생명을 품다.
5월 비오는 밤의 준치군.
# by | 2007/05/16 23:56 | 트랙백 | 덧글(0)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